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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조선소가 미국 진출 파트너를 고를 때, 왜 하필 한국 기업이었을까요? 단순히 배를 잘 만들어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설명이 절반도 안 된다고 봅니다. 2026년 2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정부 건물에서 그리스 오넥스(Onex)와 한화 파워 시스템이 서명한 협정은 조선소 현대화 계약이 아니라, LNG 공급망부터 발전소 운영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설계도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협정의 실제 내용과 그 안에서 제가 냉정하게 본 기대 포인트와 리스크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LNG 공급망 — 배 한 척 계약이 아닌 이유
협정 서명 장소가 서울도, 아테네도 아닌 미국 교통부 건물이었다는 사실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걸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업 간 업무 협약(MOU)이 왜 연방정부 청사에서 열리는지, 의아함이 먼저 들었죠.
그 배경에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있습니다. DFC란 미국 정부가 개발도상국 및 전략 지역의 민간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는 공적 금융기관입니다. DFC는 이미 2023년에 오넥스 산하 LFC스(Elefsis) 조선소 현대화를 위해 1억 2,500만 달러의 금융 지원을 약정했습니다(출처: 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지원 목적도 단순 선박 수리 능력 확대가 아니라, LNG 운반선 정비 거점 확보와 서부 발칸·동유럽 에너지 공급 다변화였습니다. 미국은 이미 그리스 조선소를 에너지 안보 인프라로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한화가 갖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미국 맨처 글로벌(Venture Global)과 장기 LNG 구매 계약을 체결해 2030년부터 20년 동안 매년 150만 톤을 확보했습니다. 연 150만 톤은 2024년 한국 전체 LNG 소비량 약 3,412만 톤의 4.4%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원료를 장기 확보했으니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운송할 LNG 운반선, 도착지의 부유식 저장 재기화 설비(FSRU), 그리고 기화된 가스를 소비할 발전 시설입니다.
여기서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란 LNG를 선박 형태의 구조물에 저장한 뒤 다시 기체 천연가스로 변환해 육상 가스망으로 공급하는 부유식 설비를 뜻합니다. 대형 육상 터미널보다 구축 시간이 짧아 에너지 공급 경로 다변화가 급한 국가들이 적극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오넥스와 한화의 협정 범위에 LNG 운반선·FSRU·발전·에너지 저장 플랫폼이 한꺼번에 들어간 것은, 이 밸류체인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물론 저는 이 부분에서 기대만큼 신중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LNG 트레이딩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 환율, 운송비,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립니다. 장기계약이 공급 안정성 면에서는 장점이지만, 시장 가격이 급변할 경우 오히려 마진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단계를 '가능성의 틀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실제 LNG선 발주 계약과 FSRU 프로젝트 착공이 나올 때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 오넥스 LFC스 조선소: 미국 DFC로부터 1억 2,500만 달러 금융 지원 약정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30년부터 20년간 연 150만 톤 미국산 LNG 장기 확보
- 협정 범위: LNG 운반선·FSRU·발전·에너지 저장 플랫폼 전 영역 포함
- 현재 확인된 것: 전략적 협력 틀 체결. 신규 조선소 위치·투자 금액·발주처는 미공개
미국 조선 — 한화가 내세울 수 있었던 것
그리스 기업이 미국 진출 파트너를 찾을 때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나라'의 기업을 고르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려면 현지 노무 규정, 정부 계약 절차, 품질 인증, 공급망 관리, 금융 구조까지 전혀 다른 생태계를 먼저 뚫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산업 현장에 있었다면 이게 얼마나 높은 벽인지 느꼈을 겁니다. 한화가 이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이미 미국 조선소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화는 2024년 말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에 인수하고, 2025년에는 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증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연간 생산량을 기존 2척 미만에서 최대 20척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20척은 증설 완료 이후의 목표치이지 현재 실적은 아닙니다. 이 점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숫자를 발표 시점 기준 실적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실제 미국 조선소 운영 실적도 쌓이고 있습니다. 2025년 한화 시핑은 필리 조선소에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고, 이는 미국에서 수출 시장 대응형 LNG선으로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약 50년 만의 사례라고 한화 측은 설명했습니다. 공동 건조(co-production) 방식으로 한화오션이 참여해 거제 조선소의 LNG선 생산 기술을 미국 현지 작업자에게 이전하는 방식도 포함됐습니다. 여기서 공동 건조란 설계와 핵심 공정을 모기업 조선소와 현지 조선소가 분담해 기술 이전을 병행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군수 분야에서도 진입 사례가 생겼습니다. 2026년 3월 한화 디펜스 USA와 필리 조선소는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프로그램 관련 첫 하도급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7월에는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추적 계측선(MRI)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출처: U.S. Missile Defense Agency). 상선에서 LNG선, 군수지원함, 특수선까지 미국 내 사업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발전 쪽도 실제 레퍼런스가 생겼습니다. 2026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 트럼블 에너지 센터(Trumbull Energy Center) 950MW급 복합화력발전소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한화 파워 시스템이 연료가스 압축기(Fuel Gas Compressor) 3기를 공급했습니다. 연료가스 압축기란 발전소 가스터빈에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적정 압력으로 높여주는 핵심 설비로, 발전소 출력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한화 파워는 여기에 9년 장기 서비스 계약까지 묶었습니다. 단순 장비 납품이 아니라 유지보수 수익까지 확보한 구조입니다.
다만 이 실적들이 곧바로 오넥스와의 미국 공동 조선소 프로젝트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GE Vernova,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미쓰비시 파워(Mitsubishi Power)처럼 오랜 레퍼런스를 가진 대형 발전 설비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이미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화 파워가 오하이오에서 압축기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해서 미국 발전 시장 전체로 빠르게 확장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레퍼런스가 쌓이는 속도와 오넥스와 공동으로 수주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가 실제로 나오는 속도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넥스가 굳이 한화를 파트너로 고른 이유가 뭔가요?
A. 단순히 한국 조선 기술이 뛰어나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한화가 이미 미국 조선소를 소유하고 군수·LNG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조선·에너지 사업을 시작하려면 현지 계약 구조와 공급망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한화는 그 진입 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Q. FSRU가 왜 이번 협정에서 중요한 건가요?
A. FSRU는 육상 LNG 터미널보다 구축 속도가 빠르고 이동이 가능해, 에너지 공급 경로를 빠르게 바꿔야 하는 국가들이 선호합니다. 그리스의 알렉산드루폴리스 앞바다 FSRU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경로로 설계됐습니다. 한화오션의 해양 플랜트 기술이 FSRU 건조와 정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의 실질적인 사업 핵심 중 하나입니다.
Q. 지금 당장 한화나 오넥스에 투자해도 되는 시점인가요?
A. 저는 투자 판단을 여기서 단정 짓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발표된 것은 전략적 협력 틀이고, 미국 신규 조선소의 위치·투자 금액·첫 발주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LNG선이나 FSRU 발주 계약이 실제로 나오는지, 발전 사업 수익이 매출로 잡히는지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Q. 이 협력이 중국 조선업 견제와 관련이 있나요?
A. 협정 자체에 중국 견제 문구가 명시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DFC가 그리스 조선소 지원 목적을 설명하면서 중국 영향력 문제를 직접 언급했고, 코스코(COSCO)가 피레우스항 지배 지분을 인수한 배경도 언급했습니다. 미국이 서방 공급망 안에서 조선·에너지 인프라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결론
오넥스와 한화의 협정을 처음 봤을 때, 그리스와 한국 기업이 미국 교통부에서 계약을 맺는 장면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이 조합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조선 재건과 LNG 수출 확대를 동시에 원하고, 그리스는 미국산 LNG의 유럽 관문이 되려 하며, 한국은 그 둘을 연결할 기술과 미국 현지 자산을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세 조각이 맞물리는 구조입니다.
다만 제가 이 협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지금은 틀이 만들어진 단계이고, 미국 신규 조선소 착공 계획, 첫 번째 공동 LNG선 발주, 발전·에너지 저장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 판이 얼마나 빠르게 실물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조선과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특성상 MOU에서 최종 투자 결정까지 수 년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다음 숫자를 기다리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냉정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본 글은 개인의 주식 공부 및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추천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경제를읽는남자) 채널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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